한나라당 야간집회금지법안, 헌법불합치 조항을 위헌 조항으로 바꾸자는 것인가

게시자: 인권단체연석회의공권력감시대응팀, 2010. 6. 24. 오후 6:11

집시법 제10조 이외의 조항들만으로도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이미 충분 이상


작년 9월 헌법재판소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폭넓게 보장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우리들은 국회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살려 집회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는 집시법 개정안은 광범위한 야간시간대의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야간에도 관청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허가 조항만 삭제한 채 거꾸로 절대적 집회 금지시간을 설정하려는 한나라당과 경찰의 기만적인 행태에 우리들은 매우 크게 우려한다. 야간 시간대의 옥외집회에 대해 일반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을 규정한 현행 집시법 제 10조가 헌법에 불합치하다면, 그것을 절대적 금지한 현 개정안이 위헌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 보장에 관한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호를 최고의 이념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본권의 제한은 다른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필요최소한도에서만 하도록 명하고 있다. 나아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가 단지 10시 이후 야간에 열린다는 이유로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와 같은 우리 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폭력행위 발생 우려, 주거지역 사생활 평온의 보호 등은 야간시간 대의 집회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할만한 합리적인 사유라 볼 수 없다. 대규모 집회로 확대될 위험이 없고 평화적인 소규모 집회와, 주거밀집지역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개최되는 집회마저 금지되기 때문이다. 헌법적 기본권에 속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만큼, 야간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우려들은 현행 집시법이 다른 방법으로 이미 충분 이상으로 해소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는 제5조로 금지하고 있으며, 주거지역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집회도 제8조로서 금지될 수 있다. 이외에도 현행 집시법은 음량이나 도로 사용, 집회 장소에 대해 이미 과도한 금지와 제한을 하는 조항들을 갖고 있어, 그 전체로서 위헌성을 의심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안처럼 절대적 집회금지시간대를 설정하는 것은, 집시법에 위헌 사유를 또 하나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현 개정안은 헌법 제372항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부분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평화적 집회인 한 그 집회의 시기, 장소, 방법 및 내용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범위한 집회금지 시간대의 설정은 집회 참여의 가능성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당 시간대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의 사람에게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의 집회를 일반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연혁 상으로도 현 개정안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현행 헌법은 예전 헌법이 규정하고 있던 옥외집회의 시간, 장소에 대한 법률적 제한 가능성을 삭제한 바 있다. 이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민주주의적 헌정질서가 제대로 정착 및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헌법개정권자인 국민의 결단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헌법의 연혁을 비추어 보아도 현 개정안은 옥외집회의 시간에 대한 법률적 제한 가능성을 삭제한 현행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취지에 가장 부합하게 집시법을 개정하는 방향은, 집회 시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집회에서 폭력이 행사된다면 그 개인에 대한 처벌 문제를 형법에 따라 판단하면 되며, 굳이 주간과 야간을 구분하여 제한을 가할 필요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관한 입법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되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하면, 집회 시위의 개최시간에 대한 제한 규정을 별도로 둘 필요는 전혀 없으며 집시법 제10조를 삭제하기만 하면 된다.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나 경찰 등은 집시법 제10조가 삭제되면 소위 ‘불순한 세력’들에 의해 사회가 혼란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군사정권시절 만들어진 현행 집시법은 제10조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집회와 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들을 이미 차고도 넘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평온한 생활을 위해 이미 주거지역에서의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며, 공공질서에 혼란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주간이든 야간이든 관계없이 지금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아니, 정부와 경찰은 이를 백분 활용해서 평범한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대낮에 하는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마저 금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주간이든 야간이든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민주적 기본권이다. 이러한 기본권 행사를 불순한 세력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왜곡하는 한나라당과 경찰이야말로 민주사회에선 있어선 안되는 불온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크게 우려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들은 한나라당과 경찰이 국민들에게 또다른 족쇄를 채우려는 집시법 ‘개악안’을 포기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여 집시법 제10조 야간옥외집회 금지규정 자체를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 더 나아가 우리들은, 헌법에 가장 부합하는 집시법 개정안은 ‘경찰관서장의 과잉권한부여법’인 현행 집시법을 전부 폐지한 후,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제한은 최소한에 그치는 원칙’에 충실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적 법치주의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권력 오남용의 위험성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국회가 올바른 입법을 할 것을 촉구한다.



2010625

한나라당 집시법 개악안에 반대하는 법률가 및 인권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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