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헌법적 기본권 보장의 과제를 자꾸 ‘시간 문제’로 왜곡-변질시키는 것에 대한 인권시민단체들의 입장. (2010.6.28)

게시자: 인권단체연석회의공권력감시대응팀, 2010. 6. 27. 오후 7:43   [ 2010. 6. 27. 오후 7:49에 업데이트됨 ]

“한나라당이 집회·표현의자유 문제를 ‘시간 문제’로 사고하는 것은 헌법적 기본권에 대해 중대하게 착각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은 헌법적 기본권을 압살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집시법 제10조는 실효되는 것이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에 가장 부합함.
  • 혹시라도 있을 문제점은 집시법의 다른 조항과 일반 형법으로도 충분히 예방-대처가 가능함.
  • 정부여당의,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되면 국민들이 폭도로 돌변할 것이라 주장은 국민 모두를 모독하고 국민주권을 무시하는 처사임.
  •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시간상의 제한은 철폐하는 것이 맞고, 심야 시간의 주택가 등 장소 제한에 대해서는 집시법 10조 실효 후 혹시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논의해도 늦지 않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27일 오후 ‘야간 옥외집회의 금지시간을 자정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로 한 안을 민주당에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야간옥외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안보다 양보한 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야간집회에 대한 허가제나 금지제가 헌법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집회·표현의 자유를 ‘시간 문제’로 착각하는 중대한 우를 범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어떠한 천부인권이나 헌번적 기본권들이 낮과 밤에 차별을 받고 있는가. 지금 한나라당의 논리는 집회의 특수성을 생각한다 해도, 낮에는 인권과 생존권을 인정하겠는데, 밤 12시 이후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위헌인 허가제이든 것을, 더 위헌인 금지제로 바꾸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 인식의 내용과 질이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를 들어보겠다. 어떠한 경우 시민들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 등에 대해 밤을 새서 항의하는 철야 농성이나 철야 집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동서고금의 역사에서도 철야 농성이나 철야 집회는 늘 존재해왔지만, 한나라당의 안대로 되면 이를 진행할 수가 없다. 헌법적 기본권인 집회-표현의 자유를 야간에도 헌법적 틀 안에서, 평화롭게만 행사한다면 보장해주면 될 일을 이를 왜 금지하겠다는 것인가.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 한-일관계에 대해서 망언을 일삼는 어떤 인사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한국에 입국하거나 출국하는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들은 그러한 망언에 항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안대로라면, 이 역시 불법이 된다. 그러한 경우의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은 그러한 경우까지를 감안해서라도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어떤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장을 마치는 시간이 12시 이후라고 가정해보면, 그리고 그가 부득이하게 동료들과 함께 12시 이후에라도 무언가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우리 사회는 그것을 당연히 보장해주어야 함에도 한나라당 안대로라면 그 역시 불법이 되고야 만다. 이러한 금지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금지시간 폭을 일부 줄이면서 대단한 선심을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나아가 ‘주최자가 옥외집회의 성격이나 목적상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하고 옥외집회를 하려고 하는 장소의 거주자나 관리자의 동의를 받을 경우 그러하지(금지하지) 아니한다’는 예외조항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헌법적 기본권을 행사하는 공적인 문제를 민간인의 동의라는 사적인 영역으로 떠넘기는 것도 부적절하거니와, 집회의 내용이 장소의 거주자나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흔쾌하게 동의해주기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측면에서, 이 단서 조항은 야간 집회 금지제를 더욱 강화하는 조항이지 전혀 개선된 안이거나 양보된 안이라고 볼 수 없다.

이처럼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시간상의 차별과 제한을 두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경찰이 집회 및 표현의 자유,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잘 못 알고 있다는 것과, 집회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군사독재정권식의 발상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았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한나라당의 뿌리이고 지금도 존경해마지않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의 통행금지(통금) 조항과 야간집회 금지조항은 그 양태가 다르긴 하지만,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압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도대체 공당이라는 정당이,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공권력이 왜 이렇게 국민들을 못 믿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압살하지 못해서 안달이란 말인가.

작년 9월 헌법재판소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폭넓게 보장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우리들은 국회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살려 집회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하려는 집시법 개정안은 광범위한 야간시간대의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야간에도 권력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허가 조항만 삭제한 채 거꾸로 절대적 집회 금지시간을 설정하려는 한나라당과 경찰의 기만적인 행태에 우리들은 매우 크게 우려한다. 야간 시간대의 옥외집회에 대해 일반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을 규정한 현행 집시법 제 10조가 헌법에 불합치하다면, 그것을 절대적 금지한 현 개정안이 위헌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폭력행위 발생 우려, 주거지역 사생활 평온의 보호 등은 특정 야간시간 대의 집회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할만한 합리적인 사유라 볼 수 없다.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집회, 주거밀집지역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개최되는 집회마저 금지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의 한국 사회의 집회에 대한 통계를 종합해봐도 헌법적 기본권에 속하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만큼, 야간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더구나 이러한 우려들은 현행 집시법이 다른 방법으로 이미 충분 이상으로 해소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는 제5조로 금지하고 있으며, 주거지역 사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집회도 제8조로서 금지될 수 있다. 이외에도 현행 집시법은 음량이나 도로 사용, 집회 장소에 대해 이미 과도한 금지와 제한을 하는 조항들을 갖고 있어, 그 전체로서 위헌성을 의심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안처럼 절대적 집회금지시간대를 설정하는 것은, 집시법에 위헌 사유를 또 하나 추가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현 개정안은 헌법 제37조 2항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부분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평화적 집회인 한 그 집회의 시기, 장소, 방법 및 내용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범위한 집회금지 시간대의 설정은 집회 참여의 가능성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당 시간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의 사람에게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의 집회를 일반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의 연혁 상으로도 현 개정안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현행 헌법은 예전 헌법이 규정하고 있던 옥외집회의 시간, 장소에 대한 법률적 제한 가능성을 삭제한 바 있다. 이는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민주주의적 헌정질서가 제대로 정착 및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헌법개정권자인 국민의 결단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헌법의 연혁을 비추어 보아도 현 개정안은 옥외집회의 시간에 대한 법률적 제한 가능성을 삭제한 현행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정신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취지에 가장 부합하게 집시법을 개정하는 방향은, 집회에 대한 시간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나 실효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주간이든 야간이든 집회에서 폭력이 행사된다면 그 개인에 대한 처벌 문제를 형법에 따라 판단하면 되며, 굳이 주간과 야간을 구분하여 제한을 가할 필요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관한 입법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되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고려하면, 집회 시위의 개최시간에 대한 제한 규정을 별도로 둘 필요는 전혀 없으며 집시법 제10조를 삭제하거나 실효되게 두면 된다.

100번을 양보해 집시법 10조가 삭제되거나 실효된 이후에 야간 집회들이 얼마나 개최되고, 혹시라도 그 부작용이 있는지를 검토해서 이후 입법적 보완을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야당에서 제시한 것처럼 특정 심야 시간대에 주거밀집지역 등 장소를 제한하는 것 종도를 논의하는 것은 일부 타당성이 있다 할 것이다. 그 이상을 논의하는 것은 천부인권과 헌법, 헌재 결정의 취지를 모두 위반하는 것임으로 우리는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들은 한나라당과 경찰이 국민들에게 또 다른 족쇄를 채우려는 집시법 ‘개악안’을 포기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여 집시법 제10조 야간옥외집회 금지규정 자체를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 아니면 제발 가만이라도 있어 달라. 신경써야할 민생입법이 얼마나 많은데, 국민의 기본권을 압살하는 데 앞장서고, 여기에 정부여당이 갖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니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6.2 선거에서 보여준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국민들은 제발 이명박 정권과 여당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통치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더욱 더 확장해야지 정반대로 탄압하고 억누른 것에 분노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강력히 경고하고 촉구한다. 우리 국민들은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다.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제발 엉뚱한 짓을 여기서 그만두기 바란다.

2010. 6. 28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인권시민사회단체 일동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