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원확인 및 동행요구의 확대

신원확인요구 확대(개정안 제3조의2, 제4조)

신원확인과 관련하여 개정안은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신분증제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이에 대한 거부권규정을 첨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연고자에게 연락하거나 지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보호조치대상자에 대한 신원확인 조항을 신설하여 소지품검사, 위험물건의 임시보관, 지문채취, 사진촬영 등을 허용하는 등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시민에 대한 신원을 경찰이 강제로 확인하겠다는 발상이 왜 문제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 또는 재판과정 중에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묵비권에 대해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영장에 따른 강제 수사과정이나 재판에서도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경찰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임의적 수단인 직무질문에서는 강제로 대답하게 한다는 것은 이러한 진술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모순이 생깁니다. 따라서 경찰이 신분증제시를 요구할 때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야 하고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입니다.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때, 연고자에게 연락하거나 지문의 동일성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고자에게 연락하기 위해서는 연락처를 강제로 알아내거나 신분증이나 휴대품을 압수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이미 임의절차로서의 신원확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 지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것도 그 범위를 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대상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으나 이 경우라도 남용의 소지가 있고 또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며 신원확인을 할 필요성이 크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문확인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삭제해야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개정안은 현행법상 규정되어 있지 않은 보호조치대상자에 대한 신원확인 조항을 신설하고 소지품검사, 위험물건의 임시보관, 지문채취, 사진촬영 등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응급환자 등에 대해서는 긴급구호 및 보호조치 등을 위한 신원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지문채취나 사진촬영은 개인의 정보자기결정권과 초상권을 침해할 여지가 매우 큽니다. 특히 술에 취한 자가 구호대상자로서 포함되어 있는데, 다음날이면 깨어나 정신을 차릴 이들의 신원확인을 위하여 지문채취나 사진촬영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행요구의 확대(개정안 제3조의3)

개정안은 현행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사유인 당해인에 불리, 교통방해 외에 ‘현장에서 신원확인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동행요구의 사유로서 추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신원확인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것을 이유로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임의적 절차인 동행요구의 사유로서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강제로 동행하도록 하는 것은 연행이지 동행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 남용입니다.

이 조문에는 현행법상에는 없는 동행 조사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인권을 향상시킨 내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신체의 자유의 취지상 당연한 것을 명문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변호인이 상당한 시간 내에 참여하지 않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없이 조사를 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에 따라 자칫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예외사유를 대통령령에 규정하기 보다는 법률에 명시적으로 엄격하게 한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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